산우회, 6월 산행 후기

202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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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리풀 공원을 걷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이 무거운 소위 코로나블루를 호소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자연과 함께 하면 이 증상이 많이 수그러든다고 한다. ‘생활 속 거리 두기’를 하라는 당국의 권유에도 우리가 길을 나선 이유다. 오늘은 이름도 낯선 서리풀 공원을 걷기로 했다. ‘서리풀’은 서초(瑞草)의 순우리말로 벼를 뜻한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 귀에 익숙한 지명도 그 유래를 알게 되면 더 재미있다. 비슷한 예로 지금은 서울 중심가가 된 공덕동이 있다. 공덕동의 옛 지명은 큰 언덕을 뜻하는 ‘큰덕’이었다. 그러던 것을 일제강점기 때 한자 표기를 위해 우리 발음과 비슷한 공덕(孔德)이 됐다 한다.





  서초역 대법원 앞에서 만나 나무데크로 잘 조성된 공원길을 따라 오른다. 이곳은 과거 정보사령부가 진치고 있던 곳이었다. 아직도 그 당시 연병장, 막사, 체육관 등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들이 떠나고 그 자리에 생긴 서리풀공원이 근처 거주 주민에게는 더 없이 큰 선물이 된 셈이다. 주말을 맞아 많은 동네사람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오늘은 마침 현충일. 우리 일행은 10시 사이렌에 맞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했다.





  역시 부자동네는 달랐다. 동산 꼭대기에 있는 화장실 규모와 시설이 여느 것과 달랐다. 오늘 날이 좋아 시계(視界)가 넓었다. 현대식 건물이 숲을 이룬 강남 일원이 한 눈에 들어왔다. 강남 한복판에 이런 공원이 있을 줄이야 와보지 않고서는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이렇게 길 위에서 우리는 많은 걸 배우게 된다. 몽마르뜨 공원에 닿았다. 과거 이곳은 아까시가 우거진 곳이었다 한다. 그러던 데를 서초구가 주민들에게 쾌적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공원으로 조성했다. 공원명은 이 근처에 프랑스인이 많이 살고 있어 파리의 명승지를 따라 짓게 되었다 한다. 나무 그늘에서 한가롭게 쉬고 있는 토끼 한 마리가 슬픈 표정으로 우리를 맞는다. 기르다 유기된 것으로 보이는 놈으로 공원에는 토끼를 버리지 말아 달라는 플래카드도 걸려 있었다.




  법원과 검찰청을 연결하는 누에다리를 건넜다. 이 길 따라 하산하면 성모병원과 고속터미널로 이어진다. 길섶 정자에 자리를 깔았다. 각종 떡, 약과, 꽈배기, 전, 호두빵, 소시지, 사과, 토마토, 코코아, 커피, 막걸리로 한 상이 차려졌다. 여러 가지 정보와 대화가 오가는 즐거운 시간이다. 이렇게 모여 걷고, 먹고, 마시고, 떠드는 것이야말로 명함 없을 때 만난 우리 친구들끼리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고속터미널 옥상에 2대째 운영한다는 ‘포석정’에서 지리산흑돼지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로 뒤풀이를 했다. 여기 이렇게 공간이 넓고 사방이 탁 트인 착한 음식점이 있을 줄 몰랐다.



 
  오늘 코스를 소개하고 며칠 전 사전 답사까지 다녀 간 오영 산우에게 고맙다. 그는 지난 3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24년 헌혈인생 졸업장을 받았다. 기간 중 무려 478회 헌혈을 했다. 1997년 대한적십자사 헌혈시스템 구축 이전부터 치면 500회가 넘는 대기록을 세웠다. 헌혈은 원래 64세가 정년이지만 그때까지 정기적으로 해온 사람에게는 69세까지 정년이 한 차례 연장된다.




  이렇게 우리 산우회는 회원들이 서로 부족한 걸 메꾸고 채운 결과 창립 15년이 됐어도 나름대로 명맥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참가한 회원들에게 지난 7년 간 산행일지라 할 수 있는『만 원의 행복 Ⅱ』을 배포했다. 올해 졸업 50주년과 산우회 창립 15주년을 기념해 그간 이리저리 흩어져있던 원고와 사진을 정리해 한 권으로 꾸민 것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 친구들 앞으로도 꾸준히 만나, 우리 나이 80 즈음『만 원의 행복 Ⅲ』을 출간하는 엉뚱한 꿈을 꿔본다.(기록 허정회, 2020.6.6.)

※ 참가자 : 고중희 김수곤 김중곤 박종헌 오 영, 유재두, 최병학, 함동일, 허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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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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