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우회, 스승 초청 송년행사 후기

2019-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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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복판에 이런 데도 있었나?


올해도 한 해를 마감하는 송년산행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오늘은 서울시내 정동옛길을 따라 광화문에 이르는 역사문화 탐방을 했다. 초겨울치고는 제법 추운 영하 7도의 한파를 뚫고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많은 친구들이 모였다. 캐나다에 살기에 매년 12월 모임에만 참가하는 이재활 군도 왔다. 서울에는 절기상으로 마침 대설을 맞은 오늘 첫눈이 내렸다.





시청 건너편 성공회 서울성당에서 탐방을 시작했다. 영국 국교이기도 한 성공회는 싱가포르와 홍콩을 거쳐 1890년 인천에 상륙했다. 성공회 서울성당은 1922년 착공돼 1926년 일단 미완성인 채로 준공되었다. 로마네스크 양식이면서 지붕과 처마는 우리 전통 건축기법을 차용한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단아한 건물이다. 외벽의 기초부와 뒷면 일부에 화강석을 쓰고 나머지는 잿빛 벽돌을 사용해 지었고 지붕은 붉은색 기와를 이었다.





골목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영국대사관이 있다. 서울에만 70년 가까이 살면서 여기에 영국대사관이 있는 것조차 몰랐다. 왼쪽 쪽문을 통해 나가니 바로 2017년 8월 새로 개통한 덕수궁 돌담길이 나온다. 비록 100미터밖에 되지 않지만 이 길을 여는데 58년이 걸렸다. 이 길은 고종이 선왕의 어진(御眞)이 모셔진 선원전과 경희궁으로 드나들던 길목이었다. 오늘 역사문화 탐방 안내는 오 영 군이 맡았다. 그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그가 오늘 행사를 위해 준비를 많이 했음을 느꼈다.





덕수궁 돌담길은 ‘고종의 길’(King's Road)로 연결돼 있다. ‘고종의 길’은 덕수궁 돌담길에서 러시아 공사관이 있던 정동공원까지 이어지는 총 120미터의 길이다. 1896년 아관파천 당시 고종은 이 길을 통해 일제의 감시를 피해 경복궁을 떠나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했다. 아관파천은 명성왕후가 시해된 을미사변 이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과 왕세자가 1896년 2월부터 약 1년간 왕궁을 떠나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긴 우리의 수치스러운 역사다. 2016년 9월 착공해 2018년 10월 개통되었다.





‘고종의 길’은 잘 조경된 정동공원과 맞닿아 있다. 조선말기 부끄러운 우리 역사를 다 알고 있는 러시아 공사관 건물 일부가 공원을 무심히 내려다보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공원이 시내 한복판에 있는 줄 몰랐다. 바로 건너편에 있는 이화여고 박물관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정동교회를 향해 내려가다 왼쪽 골목으로 접어드니 중명전(重明殿)이 나타난다. 중명전 일대는 서양 선교사 거주지였다가 1897년 경운궁(현 덕수궁)을 확장할 때 궁궐에 포함됐다.
중명전은 1899년 황실도서관 용도로 지어졌다. 중명전은 고종이 1904년 경운궁 화재 이후 1907년 강제 퇴위될 때까지 머물렀던 곳으로, 1905년 을사늑약을 체결한 비운의 장소이기도 하다.





옛 신아일보사 별관과 현 경향신문사를 지나 길을 건너니 서울시교육청 채 못 가 돈의문박물관마을이 나타난다. 돈의문은 우리에게 서대문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다. 1396년 처음 세워졌으나 1413년 경복궁의 지맥을 해친다는 이유로 폐쇄되었다가 1422년 현재 정동 4거리에 새롭게 세워졌다. 이때부터 돈의문에는 새문〔新門〕이라는 별칭이 붙었고, 돈의문 안쪽 동네를 새문안으로 불렀다. 1915년 일제는 도로확장을 이유로 돈의문을 철거해 돈의문은 서울 4대문 중 유일하게 실체가 없는 문이 되었다. 이 돈의문 근처에 ‘근현대 100년의 기억보관소’를 자처하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조성돼 있다. 서울시가 시비로 세운 도시재생마을이다. 여기에는 독립운동가 집, 극장, 사진관, 이발소, 구락부, 만화방 등을 과거 모습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선생님들과 약속시간이 다가와 부랴부랴 경복궁역 근처 ‘강구 미주구리’로 향했다. 미주구리는 경북 영덕군 강구항과 포항 사이 깊은 바다에서 서식하는 물가자미를 일컫는 지역 방언이다. 올해는 기존에 모시던 박원상, 주명갑, 이종신, 박태남, 정오영 선생님 외 임상순 선생님을 추가로 초청했다. 영어를 가르쳤던 임 선생님은 불과 한 학기 만에 신일학원을 떠나셨다. 오늘 50년도 넘은 사제 간 만남 자리에 오기 전 3일 간 밤잠을 설치셨다 했다. 한 해를 보내는 송년모임에 참석하신 선생님에 대한 감사와 건강을 화제로 덕담을 나눴다. 일어선 채로 선생님들께 세배를 올리고 약소한 봉투를 드렸다. 주명갑 선생님의 식사기도와 박태남 선생님의 건배제의 후 동태탕과 물회로 식사를 즐겼다.





오늘 송년회는 여러분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졌다. 먼저 지리산 인근에 사는 김영호 후배(12회)는 선생님들께 드릴 건강식품인 지리산 도라지조청을 보내왔다. 최병학 동기는 올해도 빠지지 않고 회원들에게 스포츠용 고급양말을 안겼다. 김재수 동기는 회식비에 보태라고 금일봉을 전달했다. 또 오늘 안내를 맡은 오 영 동기는 해박한 지식으로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줬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허정회, 2019.12.7.)


※ 참석자 :
박원상, 주명갑, 이종신, 박태남, 정오영, 임상순 선생님(이상 6명)
김동준, 김수곤, 김재수, 남상화, 박종헌, 변수복, 안은섭, 양상진, 오 영,
유재두, 윤세진, 윤진평, 이도선, 이재활, 진영주, 최병학, 허정회 (이상 1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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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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