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후기

201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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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파랑길 770km 대장정을 마치며


  드디어 다 왔다. 종착역 오륙도 해맞이 공원이 바로 눈앞에 내려다보인다. 2012년 5월 강원도 고성 명파초등학교에서 첫 발을 내디딘 지 8년 만에 770km 걷기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다. 그간 우리 친구들에게 너무나 많은 느낌표를 주던 해파랑길 아니었던가. 감개무량하다. 출발할 땐 과연 이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반신반의 했지만 끝내 우리는 해냈다. 우리 친구들이 자랑스럽다. 일광해변에서 오륙도까지 45km 마지막 구간에는 김동준, 김수곤, 김중곤, 남상화, 신필호, 양상진, 오 영, 유재두, 임금재, 정봉교, 진영주, 함동일이 함께 했다. 고맙게도 인근에 사는 전광남과 윤장한이 우리를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13회에 걸친 이 대장정에 한 번 이상 참가한 친구들은 모두 28명이다. 이 중 신필호, 진영주, 허정회가 개근상을 탔고, 양상진(12회), 함동일(11회), 남상화(9회), 김수곤(8회), 안은섭(7회)이 그 뒤를 이었다. 연인원 124명이 참가해 1회 차 당 평균 9~10명이 함께 했다. 묵호항과 죽변항을 지날 때 7명으로 제일 적었으며, 최종 부산구간에서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총 거리는 723km로 회 차 당 평균 56km를 걸었다. 우리가 함께 해먹고 걷고 잔 날은 57일로 한 번 갈 때마다 평균 4.4일 걸렸다. 이 중 오갈 때 이동일은 0.5일로 치고 일기불순으로 못 걸은 날을 제외한 순수하게 걸은 날은 41일로 하루 평균 18km를 걸었다.(별첨 표 참조)



 

  큰 과제를 마치고 나니 맨 감사할 일 뿐이다. 무엇보다 별 사고 없이 안전하게 마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700여 km를 걷는 동안 어찌 아찔했던 일이 없었겠는가. 보도가 따로 없어 대형트럭과 마주보며 걷기도 했다. 길을 잃어 숲이 우거진 산길을 헤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친구들 모두는 이를 슬기롭게 넘겼다. 기간 중 걷기 좋은 날씨를 주신 하느님께도 감사드린다. 비가 와 걷지 못한 날은 사흘 정도로 전 일정 중 5%에 불과했다. 그런 날에는 주변 유적지나 관광을 하면서 나름 의미 있게 보냈다. 인간의 능력으로 95% 확률로 일정을 짠다는 건 가능하지 않다. 감사할 일이다.





  함께한 모든 친구들이 고맙다. 특히 우리를 먹여주고 재워줬을 뿐만 아니라 온종일 귀를 즐겁게 해준 양상진이 MVP라는 데 이견이 없을 듯하다. 그 덕분에 한 번 갈 때마다 불과 10여만 원의 비용으로 잘 먹고 잘 잤다. 이동 차량과 운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복잡한 비용 을 깔끔하게 처리한 진영주도 큰 몫을 했다. 신필호는 우리에게 ‘자유 여행’이라는 큰 가치를 일깨워줬다. 함동일은 복잡한 길 안내를 잘 해 ‘함내비’라는 별명을 얻었고 건강을 되찾았다. 교수 은퇴 후 5회 차부터 끝까지 함께 걸은 남상화는 우리들 얘깃거리와 먹거리를 풍부하게 했다. 호주가 김수곤은 말없이 매사에 솔선수범했다. 안은섭이 없었다면 ‘신일고1회산우회 해파랑길 프로젝트’는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다. 이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이다.





   고마운 일이 또 있다. 동해안을 따라 우리가 지나는 코스 인근에 사는 친구들이다. 최원근(속초), 박용범(포항), 곽인수(대구), 정봉교(대구), 김왕중(울산), 전광남(부산), 윤장한(창원)이 그들이다.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격이다. 멀리서 친구들이 왔다고 바리바리 싸들고 우리를 찾아왔다. 이들 중에는 학교 졸업 후 처음 만난 친구도 있었다. 이 얼마나 대단한 신일1회 힘인가. 모두에게 고마웠다는 인사를 다시 전한다.





  긴 도보여행으로 얻은 건 우정, 건강과 자연의 위대함이다. 우리는 그 수많은 날을 함께 살면서 우정을 도탑게 쌓았다.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부족한 점은 서로 감쌌고 잘 한 점은 함께 나눴다. 자연에서 걸으니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 일부는 늦은 밤까지 야근(?)하고 6시 새벽밥 먹고 나서도 끄떡없이 걸을 정도가 되었다. “우리친구들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 처음과 마지막 구간을 함께 해 친구들 체력의 차이점을 느낀 김중곤 얘기다. 자연은 위대했고 아름다웠다. 걷다가 만난 여러 사람들로부터 또 평소 거리를 두었던 산과 바다와 길에서 많은 걸 배웠다. 우리가 걸은 길은 살아있는 교과서였다. 책에서 문자로만 익히던 우리 문화와 역사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공부했다. 해파랑길이 우리에게 남긴 큰 가르침이다.





  이처럼 멋진 해파랑길이지만 걷기 명소가 되기엔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길을 좀 더 철저하게 정비하고 관리해야겠다. 걷는 사람에게 표지기는 항해하는 사람에게 등대만큼 중요하다. 우리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반대 방향으로 걸어선지 표지기 찾기에 너무 애먹었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아이를 낳기만 할 뿐 건사하지 않고 있다. 국민 건강이라는 대의명분이 있는 만큼 좀 더 세심한 관심과 예산지원을 바란다. 이런 소문이 나다보니 띄엄띄엄은 걸어도 전 구간을 걷는 사람이 많지 않다. 가뭄에 콩 나듯 해파랑길 걷는 동지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이건 아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한국 사람이 넘쳐난다는데 그 절반만이라도 해파랑길을 걸으면 지역경제 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될 거 같다.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함께’ 해냈다. 혼자서 하는 건 어렵지 않다. 자기 일정에 맞춰 갈 수 있을 때 가서 걷고, 쉬고 싶을 때 쉬면서 마치면 된다. 하지만 함께 하는 건 만만치 않다. 생각과 사정이 서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일정도 맞춰야 하고 역할도 분담하면서 목표를 달성해야한다. 한 팀(one team)이 아니고선 이룰 수 없다. '협력의 힘'(collective impact)을 이끌어 내야 한다. 주변 많은 사람이 우리를 부러워한다. 자기들도 하고는 싶은데 잘 안되기 때문이다. 해파랑길 마지막 걷던 날, 2019년6월9일 새벽 국가대표청소년축구팀이 아프리카 강호 세네갈을 승부차기 끝에 물리쳐 4강에 올랐다. 그들도 한 팀을 외쳤다. 팀의 힘, 그룹의 힘을 강조했다. 그들 덕분에 기분 좋게 최종구간을 걸을 수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 평생 우려먹을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마라톤 완주 101회와 함께 이루기 쉽지 않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완수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 왠지 허전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과거만 먹고 살 수는 없다. 이 아름다운 팀과 함께 미래 ‘놀거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여행이 인생의 목표는 될 수 없겠지만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편으로 그만한 것도 없다. 영국 작가 헤즐릿(W. Hazlitt)은 “여행의 진수는 자유다”라고 했다. 믿음으로 일하는 자유인, 신일인에게 딱 들어맞는다. 우리 팀 모두의 지혜를 모아 남은 인생 사탕처럼 달게 녹여 먹을 새로운 신일1회산우회 5개년계획을 함께 짜보자.





  “내가 이 세상에 올 때는 어느 곳으로부터 왔으며, 죽어서는 어느 곳으로 가는고! 재산도 벼슬도 모두 놓아두고 오직 지은 업을 따라 갈 뿐이네.” 이번 부산 기장을 지나다 들린 해동용궁사 바위에 새겨진 법구경 말씀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허정회, 20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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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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