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 학교의 교육 목표

 

교장 장윤철

(1969년 신일 창간호)

 

 신일 학교는 사회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학교이다. 학교가 시작된 지 불과 2년 반인데 교육하는 일이나 학교 일에 다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신일학교를 모르는 사람이별로 없다. 서울 안에서만이 아니고 지방에 보아도 신일학교를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들은 신일학교에 대해 대개 좋은 생각과 기대를 갖고 있다. 시설이 좋고 교사진이 훌륭하고 학생들이 착하다고 칭찬한다. 그리고 종래의 모든 학교가 이루어 놓지 못한 일들을 신일학교는 이루어 놓으리라 기대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그러나 이렇게 세상 사람들이 신일학교에 대하여 기대하고 있는 것이 과연 우리 자신이 이루려고 하는 교육목표와 반드시 일치하는지는 알 수 없다.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 무엇이나 좋은 것을 기대하고 있을 뿐이고 신일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신일학교를 통하여 이루어 놓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아 그것이 훌륭한 교육목표이니 그대로 이루어 달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순히 일반 중.고등학교에 기대할 수 있는 좋은 것을 기대하고 있을 뿐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외부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신일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까지도 자기의 모교를 무척 사랑하면서도 그 교육의 목적이 무엇이고 자기들이 어떤 목표를 향하여 교육받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신일학교의 교육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국가의 중견 공민을 양성하는 일이요, 또 하나는 기독교적 인격을 소유한 인물을 양성하는 일이다.

  첫째 목적은 우리나라의 중. 고등학교는 어느 학교나 다 가지고 있는 목적이요 둘째는 어느 기독교 학교나 다 가지고 있는 교육 목적이다. 신일학교도 대한민국의 교육법에 의하여 설립한 중. 고등학교이므로 중견 공민의 양성이 그 교육 목적의 하나요, 동시에 신일학교는 기독교학교이므로 기독교적 인격의 육성이 또 교육 목적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 두가지 목적으로 보면 신일학교가 다른 모든 중. 고등학교나 기독교 학교와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모든 학교는 이 공통된 목적의 테두리 안에서 그 학교가 독특하게 강조하는 구체적인 교육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것 때문에 모든 학교는 다른 학교와 같지 않은 독자성과 특수성이 있는 것이다.

 우리 신일학교는 그 교훈 “믿음으로 일하는 자유인”에 그 교육 목표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우리 신일학교의 교훈을 풀이하여 우리의 교육 목표를 밝히려고 한다. 우리 신일학교의 교훈 “믿음으로 일하는 자유인”이라는 말에는 세 가지의 교육 목표가 포함되어 있다. 하나는 믿음의 사람이요, 또 하나는 일하는 사람이요, 셋째는 자유의 사람이다.

 첫째 목표 “믿음의 사람”부터 설명하려고 한다.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학교의 이름도 믿을 신(信)자로 시작하였다. 믿음이 없이는 인간 사회는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게는 한 가정으로부터 크게는 국가와 인류사회 전체에 이르기까지 믿음없는 사회란 상상도 할 수 없다. 인간의 올바른 자세는 세 가지 관계에 있어서 믿음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하나님 관계에 있어서의 믿음<신앙>, 인간관계에 있어서의 믿음<신의, 신실>, 나 자신에 있어서의 믿음<신념>이다. 인간은 자존자가 아니고 의존적인 피조자이기 때문에 인간 이상의 초월자를 상정하지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창조주 신앙은 인류의 당연한 요청일 것이다. 우리 신일 학교가 가장 명백한 창조주 신앙과 속량주 신앙을 소유한 기독교를 교육의 토대로 삼는 것은 인간 존재의 근본부터 바로 세우려는 의도에서 온 것이다. 다음에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인간 사이에서도 미쁘며 믿음직한 사람이 된다. 물론 자동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종교적 신앙을 가지지 않고도 근엄한 인격적 수양에 의하여 대인 관계에 있어서 신실한 인격을 이룰 수도 있고 종교적 신앙을 가지고도 생활 훈련이 부족하여 불신실한 사람이 되는 수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신앙을 가진 사람 중에서 신실한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쉬운 일이고 또 정상적인 일일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음에 사람의 신앙과 윤리가 행위로 거듭하는 가운데 그것이 그 사람의 생리가 되어 결국 스스로를 믿는 신념을 갖춘 인격이 형성되고야 마는 법이다.

  이렇게 하나님과 사람과 자신에 대하여 믿음의 올바른 관계를 수립한 사람은 사회에서 책임있는 사람으로서의 신임을 받아 떳떳하게 직책을 맡아 일하는 사람으로 나설 수 있게 된다. 우리 신일학교는 세상에서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 그 일을 기쁘게 맡아 감당할 수 있는 사람, 스스로 일을 창건해 나가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산출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실생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생활 건설에 대한 의욕과 능력을 구비한 생활인을 훈련 양성하는데 교육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생활에 백면서생(白面書生)이나 근로를 피하는 유한 계급의 수를 더하는 일이 없도록 항상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일에서 멀어 지게하는 지식편중의 교육을 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간 지 오래다. 모든 교육은 실생활과 직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 신일학교는 실생활에서 유리된 교육을 단호히 시정하고 착실하게 자기 생활을 건설하고 그 생활을 통하여 국가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의욕과 능력을 소유한 사람을 양성하고 무에서 풍부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인간을 배출하려는 것을 그 교육 목표로 삼는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하나님 관계에서 바르게 서고 사람사이에서 신의와 신실을 지켜 흠잡힐 것이 없고 내 생활을 내 손으로 영위할 의욕과 능력과 기술을 갖는다면 하늘과 땅에서 부끄러움이 없는 “자유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교육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강한다른 민족의 억압 밑에서 식민지 백성의 생활을 감수할 사람들도 아니요, 어떤 독재자의 발 아래 굴복하여 그의 명령과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노예와 같은 존재가 될 사람들도 아니다. 자주독립국가의 주권 국민으로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갈 자유인들이다. 우리 신일학교는 확고한 자기 의식을 가지고 자기 결단을 바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여 말과 행동에 있어서 당당하게 자기를 표현하는 민주 사회의 자유 시민을 양성하려는 것을 그 교육 목표로 삼는다.

 이상으로 우리 학교의 “믿음으로 일하는 자유인”이라는 교훈에 나타난 우리 학교의 교육 목표 세 가지를 간추려서 설명하였다. 교훈은 장식물처럼 학교안의 몇 군데 붙여 두는 것으로 족한 것이 아니다. 학교의 교육 목표이기 때문에 교사나 학생이나 그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아서 그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온갖 교육적 노력을 끊임없이 경주하여야 한다. 일에 성공하기 위하여는 목표를 분명히 내세우고 다음에 그 목표의 달성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학교의 교육도 예외가 될 수 없다.